다금미 기사

머니투데이 
故김영삼 대통령 '단골' 이발소, 2030세대도 찾는다 

[피플] 25년 경력의 여자 이발사 권영숙 '다금미' 이용원장

남자라면 이발소를 갈지, 미용실을 갈지 고민할 때가 있다. 이발소를 가자니 스타일이 맘에 들지 않고 미용실을 가자니 여자들만 있을 것 같아 부끄러울 때가 있다. 그저 동네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적당한 곳이 얻어 걸리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남자들은 으레 이발소를 갔고 미용실은 '금남'의 구역이었다. 동네마다 2~3개의 이발소가 있어 서비스 경쟁을 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이발소는 어느덧 낡은 달력 위 비키니 모델처럼 사라져 이젠 찾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요새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만 찾는 곳이 됐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깨고 20~30대 젊은 층이 찾는 이발소가 있어 화제다. 지하철 4·6호선 환승역인 서울 용산 삼각지역 인근에 3년전 문을 연 '다금미(다듬으면 금방 미남이 된다)' 이용원으로 특이하게도 여자가 원장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25년 이발 경력의 권영숙 원장을 직접 만나봤다.

권 원장은 3년전까지만 해도 유명 호텔 이발소에서 근무했다. 그 세월만 20년이 넘는다. 얼마전 서거한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부터 대기업 CEO까지 유명인들이 단골 손님이었다.

그는 "고 김영삼 대통령은 당선되기 전부터 단골이었는데 당선되고 나서 담당 이발사가 따로 있는데도 염색을 하기 위해 가끔씩 찾았다"며 "당시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유명인들과도 농담을 하면서 스스럼없이 지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여자로서 이발사 직업은 쉽지 않았다. 그는 "1988년 처음 미용일을 배울 때만 해도 미용사가 되려고 했었는데 여자 이발사가 거의 없어 도전했다"며 "막상 이발사 일을 하다보니 주위 시선도 불편하고 시샘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만둔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故김영삼 대통령 '단골' 이발소, 2030세대도 찾는다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과 삼각지역 사이에 있는 '다금미' 이용원 출입구 모습. / 사진=송학주 기자 
이제는 이발에 관해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기술을 가졌다고 자부할 정도로 이 일에 만족하고 있다. 멀리 광주나 대구 등에도 단골손님이 있을 정도로 그의 이발 기술은 유명하다. 하루 전 미리 예약을 해야 헛걸음을 하지 않는다.

최근엔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는 게 권 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입사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이 주 고객이다. 스타일은 고민할 필요 없이 손님이 들어오는 모습만 척 봐도 어울리는 모양이 곧장 떠오를 정도다. 

그는 "이곳을 주로 찾아오는 사람들 중 절반 가량은 젊은 사람들이다. 특히 중요한 일을 앞두고 머리를 다듬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며 "손님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일이 잘 풀리면 또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경험을 살려 대학이나 평생교육원에서 후배들에게 기술을 전해주고 싶은 게 꿈이다.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박병호씨도 몇달전 찾아와 일을 배우고자 해서 수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는 "몇 번이나 돌려보냈는데 다시 찾아와 일을 배우겠다고 해 수제자로 받아들였다"며 "이발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깎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품격을 드러내 주는 일이다. 나중에 헤어디자인학과나 평생교육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곳에선 이발과 면도를 하는데 보통 한 시간 넘게 한다. 한번 잘못 깎으면 돌이킬 수 없어 꼼꼼하게 한다는 것. 이 곳을 즐겨 찾는다는 한 30대 회사원은 "오래도록 쌓아온 내공과 손님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서 "여기서 이발하고 나면 머릿결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 상쾌하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6.01.19 05:46

다금미 이용원 권영숙 원장 인터뷰 
<이곳에 용감한 여성들이 산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껴라.
그러면 최고가 된다!

권영숙 / 다금미 이용원 원장 
롯데호텔, 르네상스호텔, 로얄호텔 등 주요 호텔 이발소 경력
다금미 이용원 원장